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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천 물류센터 화재 / 주저앉은 아빠

문화이슈/사회|2020. 4. 30. 11: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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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9일 발생한 경기 이천시 물류창고 화재 희생자들의 신원이 속속 확인되고 있다. 일부는 지문 채취가 불가능해 유전자 검사를 진행하기로 했다. 이천시 재난안전대책본부 등에 따르면 이날 오전 5시 현재 사망자 38명 가운데 29명의 신원이 확인됐다.

 

1명은 지문 채취 후 확인 절차를 진행 중이며 8명은 지문 채취가 불가능한 정도로 훼손이 심해 유족 신청을 받아 유전자 검사를 진행하기로 했다.

 

화재 희생자들은 현재 경기도의료원 이천병원과 장호원요양병원, 송산장례식장 등 인근 병원과 장례식장 8곳에 분산돼 안치됐다. 참사 현장 인근 모가실내체육관에 모인 유가족들은 희생자 명단이 추가로 발표될 때마다, 숨죽여 이름표를 확인했다.

 

유고 사실을 확인한 유가족들은 자리에 주저 앉아 오열했고 가족이 사망자 명단에 포함됐는지 여부조차 알 수 없는 일부 유가족은 대책본부 관계자들에게 확인 절차가 왜이리 더디냐며 거세게 항의하기도 했다.

 

대책본부 관계자는 모든 수단과 방법을 동원해 나머지 희생자들의 신원을 확인할 방침이다. 30일 오전 10시 30분 체육관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유족 지원 대책 등을 발표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이천시는 밤새 현장을 지키는 유가족들을 위해 지역 내 숙박업소 5곳을 피해가족 숙소로 지정, 안내했다. 대한적십자사는 실내체육관 내 재난구호쉘터를 설치했다. 불은 29일 오후 1시32분께 이천시 모가면 소고리 물류창고 신축 현장 지하 2층에서 시작돼 같은날 오후 6시42분께 꺼졌다.

 

59세인 민씨는 이천 물류창고 화재 현장에서 동생과 함께 일했다. 불이 나자 급히 피했지만, 유독가스를 들이마셔 인근 파티마병원에 입원했다. 정신을 차리자마자 먼저 찾은 건 동생이었다. 경찰은 동생이 사망한 것 같다고 말했다. 민씨는 곧바로 화재 현장으로 다시 달려갔다.

 

형제뿐 아니라 부자가 함께 일하다 운명이 엇갈린 경우도 있었다. 이천병원 장례식장에서 54세 조씨는 28살 조카가 아버지와 함께 화재 현장에서 일했다. 불이 난옆 동에서 일하던 아빠는 빠져나왔고 아들은 미처 못 빠져나온 것 같다 라고 말했다.

 

대기실 앞에는 손에 까만 재를 잔뜩 묻힌 아버지가 작업복을 입은 채 쭈그려 앉아있었다. 아버지는 현장 인근 체육관에 마련된 피해 가족 대기실에서 아들 생사를 파악해 달라고 소리치기도 했다. 화재 소식을 들은 희생자 가족이 체육관으로 속속 도착했지만 당장 신원을 확인할 수는 없었다. 

 

한 유가족은 시신 신원 확인은 물론이고 어느 병원에 있는지조차 확인이 안 된다라며 울먹였다. 현장에 마련한 유가족 센터에서는 사망자 상당수가 화상으로 숨진 터라 당장 사망자 신원을 확인할 수 없다 라는 대답만 들을 수 있었다.

 

이날 화재로 숨진 12명의 시신을 안치한 이천병원도 마찬가지였다. 장례식장 입구엔 사망자 신원이 확인 안 돼 당장 사망 여부를 알려줄 수 없어 죄송하다는 안내문이 걸려 있었다. 이천병원 관계자는 시신 상태가 너무 안 좋아 남녀구분도 안 될 정도다. 우리도 너무 안타깝다 라고 말했다

 

장례식장을 찾은 한 희생자 가족은 동생이 꼭대기에서 방수작업을 했는데 어떻게 지하에서 난 불로 이런 변을 당했는지 모르겠다며 눈물을 흘렸다. 숨진 작업자의 동료도 갑작스러운 사고에 말을 잇지 못했다.

 

한 작업자는 동료가 지하 2층에서 우레탄 작업을 하고 있었는데 시신이 얼굴까지 녹아내린 상태라 전혀 확인이 안 된다고 한다. 나도 오늘 처음으로 현장에 투입됐는데 안전교육이 전혀 없었다 라고 토로했다.

 

40대 여성은 오빠가 오늘 처음 출근했는데 작업자 명단에 없더라 오후 근무조의 경우 지각하면 쓰지 않고 그냥 일한다고 했다 라며 발을 동동 굴렀다. 이 여성은 잠시 후 소방본부에서 희생자로 확인됐다는 소식을 듣자마자 바닥에 주저앉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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